Quentin Blake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묵묵히 증명한다 INDIEPOST

https://www.indiepost.co.kr/post/7519

FILM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묵묵히 증명한다
INDIEPOST

2018년 5월 16일, 오전 7:00

독일계 아버지와 아일랜드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독특한 마스크를 소유한 배우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일찍이 11살부터 모델 일로 커리어를 시작해 10대 후반부터 몇몇 TV 드라마에서 조연, 단역으로 출연하며 전업 연기자로 전향했다. 19살인 2004년 <퀸카로 살아남는 법>으로 영화계에 데뷔한 그는 한동안 주인공 친구 ‘전문배우’로 활약하며 크지 않은 비중에 머물렀지만, 한번 보면 결코 잊히지 않는 또렷한 마스크로 매번 주연 배우 못지않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왼쪽부터 <클로이>(2009), <레드 라이딩 후드>(2011), <인 타임>(2011) 스틸컷

그런 그의 존재를 대중들에게 보다 강하게 각인시킨 작품은 세계적인 흥행 돌풍을 일으킨 뮤지컬 영화 <맘마미아!>(2008)다. 영화에서 그는 메릴 스트립의 사랑스러운 딸 ‘소피’를 생동감 있게 연기하며 빛나는 금발과 맑은 푸른 눈, 인형 같은 외모로 로맨스의 세계에 자연스럽게 입성했다. 이어 <클로이>(2009), <디어 존>(2010), <레터스 투 줄리엣>(2010) 같은 작품에 출연하며 특유의 예쁘고 신비로운 매력을 계속해서 다져가던 그는, 한정된 이미지에만 머무르지 않고 스릴러와 액션(<레드 라이딩 후드>(2011), <인 타임>(2011)), 코미디(<빅 웨딩>(2013), <위아영>(2014))로 영역을 넓히며 다양한 색깔의 연기가 가능한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스스로 열었다. 한편 그는 영화 속에서 자신이 스토리의 중심이 되기보다, 주로 핵심 인물들의 주변에 머무르며 그들의 삶을 든든히 서포트하는 조력자의 얼굴로 자주 관객을 찾았다. 그의 묵묵한 연기가 빛나는 영화 4편을 만나자.



<맘마 미아!>
Mamma Mia! | 2008 | 감독 필리다 로이드 | 출연 메릴 스트립, 피어스 브로스넌, 콜린 퍼스, 아만다 사이프리드

미혼모와 그 딸의 결혼식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스토리, 곧 이전 시대에는 이야기의 중심으로 부각되기 어려웠던 중년 여성의 삶을 밝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맘마 미아!>의 이야기는 시대를 앞서간다. 영화는 딸 ‘소피’가 결혼식 전에 아빠를 찾아 나서는 하루 동안의 해프닝을 따라가지만, 사실상 흘러가 버린 과거의 사랑을 실현하는 엄마 ‘도나’(메릴 스트립)의 이야기에 집중한다. 당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소피 역을 따낸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메릴 스트립, 피어스 보로스넌, 콜린 퍼스 등 기라성 같은 배우들 사이에서 주눅 들지 않는 태도와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주며 영화에 새로운 색깔을 입혔다.



<레터스 투 줄리엣>
Letters To Juliet | 2010 | 감독 게리 위닉 | 출연 아만다 사이프리드, 크리스토퍼 이건,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 무대인 이탈리아 베로나로 날아간 로맨스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에서도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헤어진 지 50년 된 노커플을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자처한다. 그가 연기한 인물은 잡지사 <뉴요커>의 자료조사원으로 일하는 작가 지망생 ‘소피’. 약혼자와 함께 이탈리아 여행을 떠난 그는 우연히 50년 동안 담벼락에 숨겨져 있던 ‘클레어’(바네사 레드그레이브)의 러브레터를 발견하고 50년 전 헤어졌던 클레어의 첫사랑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함께 한다. 이탈리아 곳곳을 찾아다니는 과정에서 온갖 실패와 좌절에 부딪히지만, 무모하리만큼 용감하고 낙천적인 마인드로 가득 찬 소피의 얼굴은, 아만다 사이프리드 특유의 밝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와 맞물리며 좋은 시너지를 냈다.



<위아영>
While We're Young | 2014 | 감독 노아 바움백 | 출연 벤 스틸러, 나오미 왓츠, 아만다 사이프리드, 아담 드라이버


모든 것을 가졌지만, 단 하나 부모가 되는 행복을 누리지는 못한 ‘조쉬’(벤 스틸러)와 ‘코넬리아’(나오미 왓츠) 부부는 우연히 자유로운 영혼의 힙스터 커플 ‘제이미’(아담 드라이버)와 ‘다비’를 만나 그동안 잊고 살았던 젊음의 에너지와 열정을 맛본다. 이들은 점차 20대의 라이프스타일에 동화되어 그들의 삶에 매료되지만, 영화의 반전은 여기서부터다. 조쉬는 제이미의 첫 영화를 보고 심각한 자격지심에 빠지고, ‘노력’한다고 해서 결코 좁혀지지 않는 격세지감을 느낀다. 젊음의 가치와 의미, 나이듦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태도에 대해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영화.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영화에서 능글맞고 어쩐지 얄미운 구석이 있는 제이미의 여자친구 ‘다비’로 분해 역할에 부합하는 몫의 연기를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담백하게 해낸다.



<내가 죽기 전에 가장 듣고 싶은 말>
The Last Word | 2017 | 감독 마크 펠링톤 | 출연 셜리 맥클레인, 아만다 사이프리드, 앤쥴 리 딕슨


고집스럽고 까칠한 성격 때문에 홀로 남겨진 노인이 있다. ‘해리엇 롤러’(셜리 맥클레인)는 과거 빛나는 업적을 쌓아 올린 광고 에이전시 보스였지만, 지금은 은퇴한 후 홀로 외로운 노년을 보내는 인물이다. 그러던 중 그는 우연히 신문을 통해 다른 사람들의 사망기사를 접하고, 인생의 완벽한 엔딩을 위해 사망기사 전문기자 ‘앤’(아만다 사이프리드)을 고용한다. 영화는 이들이 완벽한 사망기사를 작성하기 위한 4가지 요소를 찾아 나서는 다소 예상 가능한 전개를 펼쳐내지만, 마냥 뻔하고 진부하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보이지 않는 장벽을 맨몸으로 부딪히며 얻어낸 해리엇의 지혜와 해학이 문득 마음을 후벼 파고,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살아내지 못했던 앤이 외면했던 자아를 마주하는 순간들이 더해져 이 영화를 특별하게 만든다. 그간 <맘마미아!>, <레터스 투 줄리엣> 등 영화를 통해 유독 메릴 스트립, 바네사 레드그레이브와 같은 대배우들과 투톱 주연을 자주 맡아온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이번에도 셜리 맥클레인과 차분한 연기 호흡을 쌓아가며 극을 든든하게 받쳐준다.


뉴욕의 악기 매장에 들른 재즈기타의 거장 조 패스의 즉석 연주 INDIEPOST

http://www.indiepost.co.kr/post/2945

JAZZ

뉴욕의 악기 매장에 들른 재즈기타의 거장 조 패스의 즉석 연주
INDIEPOST

2017년 6월 25일, 오전 7:00


아마추어 음악 애호가 마이클은 오래전 재즈 기타의 거장 조 패스(Joe Pass, 1929~1994)와 당뇨병 환자의 처지와 새로 나온 기타에 대한 호기심을 나누면서 친해졌다.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거장의 자조 섞인 한탄에 “당신의 음악은 영원할 것”이라고 말해줘도 거장은 웃기만 했다. 마이클은 거장의 기록을 남기기 위해 친구의 비디오카메라를 빌려 스튜디오에서 녹음 중이던 그를 맨해튼 42번가의 알렉스 악기점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는 상표도 떼지 않은 신제품 기타로 주위 사람들을 위해 즉석 연주를 하는 거장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았다. 마이클은 이때를 1980년대 후반이었다고 기억하며, 1994년 생을 마감한 조 패스에 대한 추억을 나누기 위해 유튜브에 영상을 올렸다.

친근한 옆집 아저씨 인상의 조 패스는 20세기 최고의 재즈 기타 명인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뉴욕> 매거진은 “그는 누군가의 삼촌 같은 인상이지만, 무서운 속도로 기타를 친다. 그의 연주 실력은 세계 최고이며 종종 파가니니(Paganini, 19세기 이탈리아의 바이올리니스트)와 비교된다. 그의 사운드에는 다른 수준급 재즈 기타 연주자들과 쉽게 차별화되는 고결함이 있다”라고 했다. 하지만 젊은 시절 15년간의 연주 공백에다 1970년대 이후에는 콤보 대신 솔로 연주에 집중한 탓에 조 패스는 상업성이나 대중성과는 크게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기타리스트로는 최고의 즉흥 연주자(Improviser)였으며, 스스로 “컬러 톤(Color Tone)”이라 부른 현란한 주법으로 마치 두세 명이 기타를 치는 것 같다는 평가를 듣는다.





독특한 몸짓으로 블루스 솔로를 연주하는 조 패스
아홉 살에 처음으로 기타를 손에 쥔 그는 단 5년 만에 직업적인 연주에 나선다. 하지만 뉴욕의 클럽에서 연주하면서 마약에 빠져 감옥과 병원에서 15년을 허비한다. 그러다 시나논 교화원에서 2년 반 만에 마약을 완전히 떨쳐내고, 1962년 <Sounds of Synanon>을 내면서 재즈신에 복귀한다. 친근하고 온순한 그의 성품을 아는 사람들은 그가 마약에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의아해하며, 그의 아버지에게 책임을 돌리기도 한다. 아이의 음악 재능이 심상치 않음을 알게 된 그의 아버지는 강하게 아이를 밀어붙였다. 악보가 아니라 귀로 곡조를 찾을 것, 음계와 음계 사이에 공간을 남겨두지 말 것을 주문하며 끊임없이 연습을 강요한 것이다. 아버지의 강압적 교육 방식은 그의 완벽한 연주 실력의 기반이 되었으나, 한편으로는 심각한 스트레스로 다가와 마약에 빠져드는 원인이 되었다는 것이다.









1964년 발표한 <For Django>의 타이틀 송
재즈계에 복귀 후 그는 잃어버린 세월을 보상받기라도 하려는 듯 쉴 새 없이 연주에 나섰다. 재즈 콤보에, 세션 기타리스트로, 방송사의 악단으로, 뛰어난 실력의 기타리스트를 찾는 곳이라면 어디든 나섰다. 하지만 재즈신 안에서는 기타라는 악기의 한계가 있었고, 그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즈음 그는 명 프로듀서 노먼 그랜츠(Norman Granz)를 만난다. 그의 재즈 레이블 파블로(Pablo)에 소속되면서, 노먼은 그에게 전례가 없던 재즈 솔로 기타를 시도해 볼 것을 권한다. 콤보에서 연주하면서 다른 연주자와 보조를 맞추느라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선보일 수 없었던 그는, <Virtuoso> 1~4집을 순차적으로 내면서 마침내 앨범 제목대로 재즈기타의 명인 반열에 오른다.




<Virtuoso>(1973)는 재즈 솔로 기타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며 이후 4집까지 출반된다
그는 어릴 때 장고 라인하르트(Django Reinhardt), 찰리 크리스챤(Charlie Christian) 같은 기타리스트보다는, 색소폰 주자인 찰리 파커의 음반에 몰두했다고 회고한다. 빠른 코드 체인지, 워킹 베이스라인(Walking Base Line, 엄지손가락으로 저음을 동시에 울리는 주법)을 주요 특징으로, 독자적인 스타일의 즉흥 연주를 하였다. 솔로 연주임에도 사람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스윙감을 선사했고, 쉴 새 없이 코드를 바꿔가며 촘촘히 음계를 구성했다. 그는 기타 피크를 입으로 두 동강 내 작은 반쪽을 사용하는 오랜 습관이 있었으나, 더욱 정교하게 연주하기 위해 갈수록 손가락 주법을 선호하게 된다. 그의 독창적인 연주 기교가 담긴 레슨 서적 <Joe Pass Guitar Style>은 재즈 기타 입문자를 위한 바이블이 되었다.




블루스 코드를 강의하는 조 패스




<Joe Pass Guitar Style> 책 표지

마이클은 그에 대한 영상을 하나 더 올렸다. 조 패스를 집으로 초대하여 기타 신시사이저(Guitar Synthesizer)를 선보이는 영상이다. 거장은 생전 처음 접한 악기를 신기해하며 구경한다. 소리를 들어보고는 “I like the sound!”라며 감탄하더니, 오르간 소리로 바꿔 재즈 스탠더드 ‘Stella by Starlight’을 연주한다. 마이클은 당시를 이렇게 회상하였다.


“그때가 1985년이었는데, 신시사이저가 막 도입되던 시기였다. 거장은 재즈 파이오니아답게 호기심에 가득 차 있었고 얼마나 겸손하고 인간적이었는지 모른다. 내가 그의 친구가 되었다는 건 영광이었다. 절대로 잊지 못할 것이다.”





기타 신시사이저(GR700)를 처음 연주하면서 즐거워하는 조 패스

낯설고 편안한 하룻밤 indiepost

http://www.indiepost.co.kr/post/4578

CULTURE

낯설고 편안한 하룻밤
INDIEPOST

2017년 10월 10일, 오전 7:00


어디로 떠나고 싶은데 짐은 싸기 귀찮은 날, 가벼운 손과 마음으로 갈 만한 숙소를 소개한다. 계획 없이 종일 객실에 머무르거나 슬렁슬렁 주변 산책만 해도 충분하다. 무거운 가방은 내려놓고 떠나자. 물론 카드는 챙겨야 한다.


1. 스몰하우스빅도어

이미지 출처 ‘스몰하우스빅도어’ 공식 페이스북


책은 집에서 읽어도 되지만, 희한하게 어디 가서 읽고 싶을 때가 있다. 동네 카페나 조용한 술집으로 만족하는 날도 있지만, 그것도 모자라 정말 책에 '파묻히고' 싶은 날에는 속초로 가자. 속초의 게스트하우스 '완벽한 날들'은 그럴 때를 위해 존재한다. 완벽한 날들의 1층엔 서점과 카페, 2층엔 게스트하우스, 꼭대기에는 루프톱이 있다. 서점을 슬쩍 훑어보기만 해도 주인장의 철학이 느껴진다. 시, 소설, 에세이부터 노동, 페미니즘, 인권 등 여러 장르의 책이 보기 좋게 정리돼 있다. 1인실, 2인실, 6인실로 나뉜 객실은 단정하다. 침대마다 독서 등과 칸막이가 달려 고요히 책 읽으며 밤을 지새우기 좋다. 살짝 지루해지면 게스트하우스 밖으로 나가 오래된 동명동 골목을 거닐자. 동명항에서 등대해변으로 이어지는 해안가도 가깝다.

주소 강원도 속초시 수복로259번길 7

전화 033-947-2319

홈페이지 www.perfectdays.kr




3. 낙원장

익선동은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한옥마을이다. 낮은 지붕과 좁은 골목이 정겨운 풍경을 만드는 익선동이 북적이기 시작한 건 3년 전쯤부터. 구도심의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더니 가게가 하나둘 들어섰다. 지금 익선동에서는 새로운 것과 오래된 것이 공존한다. 낙원장은 이 동네에 조용히 묻어 있는 호텔이다. 도시재생기획팀 '익선다다(益善多多)'는 1980년대에 지어진 여관을 리모델링해 낙원장을 만들었다. 낙원장에는 아직도 옛 느낌이 남아있다. 크지 않은 객실, 낡은 듯한 열쇠, 화장실 타일의 생김새……. 조금 불편할지 몰라도 반가운 것들이 가득하다. 종일 종로를 거닐고 가까운 요릿집에서 먹고 마시다가 낙원장에 몸을 뉘는 하루, 꽤 괜찮지 않을까.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익선동 수표로28길 25
전화 02-742-1920
익선다다 홈페이지 http://iksundada.co.kr/index.html

익선다다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iksundada




4. 호텔 봄봄


사진 제공 ‘호텔 봄봄’
강릉의 수많은 숙박업소 사이에서 호텔 봄봄은 유독 선명하다. 고벽돌의 연붉은 색감, 모스 기호 'Spring(봄)'의 형태로 만든 창문, 건물의 독특한 구조 덕분에 외관부터 시선을 잡아끈다. 외관뿐 아니라 내부 시설과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호텔 어느 곳도 허투루 한 부분이 없다. 가구는 세심하게 배치했고 어메니티는 아베다(Aveda)의 것으로 준비했다. 또한 호텔 내 레스토랑에서는 로컬 맥주 양조장 '버드나무 브루어리'의 맥주를 맛볼 수 있다. 호텔 봄봄의 위치는 강릉시 교동. 교동은 강릉고속버스터미널에서 아주 가깝고 오죽헌과 경포호까지도 멀지 않아 여행객에게는 최적의 장소다. 바다와 커피만으로도 충분한 강릉이지만 여기에 호텔 봄봄을 더해보아도 좋겠다. 강릉이 더 편안한 도시로 기억될 것이다.
주소 강릉시 교동광장로100번길 19
전화 033-645-5511
홈페이지  www.hotelbombom.com/svc